통일사상
제4장 가치론(價値論)
( Axiology )
오늘의 시대는 대혼란(大混亂)의 시대요, 대상실(大喪失)의 시대라고 규정할 수 있다.
전쟁과 분쟁은 그칠 줄 모르며 테러, 파괴, 방화, 납치, 살인, 마약중독, 알콜중독, 성도덕(性道德)의 퇴폐(頹廢), 가정(家庭)의 붕괴(崩壞), 부정부패(不正腐敗), 착취, 억압, 모략, 사기, 중상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악덕현상(惡德現象)들이 세계를 뒤덮고 있다.
이와 같은 대혼란(大混亂)의 와중에서 인류의 귀중한 정신적 유산들은 거의 상실되어 가고 있다.
인격(人格)의 존엄성(尊嚴性)의 상실, 전통의 상실, 생명(生命)의 존귀성의 상실, 인간 상호 간의 신뢰성(信賴性)의 상실, 부모(父母) 및 교사(敎師)의 권위 상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혼란(混亂)과 상실이 오게 된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가치관(價値觀)의 붕괴 때문이다.
즉 진(眞)·선(善)·미(美)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觀念)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선(善)에 대한 관념이 사라지면서 윤리·도덕관이 급속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와 같은 가치관의 붕괴의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하나님을 배제(排除)하고 종교를 경시(輕視)해 왔기 때문이다.
전통적 가치관의 대부분은 종교적 기반 위에서 성립된 것인데, 이 기반이 무너지니 가치관은 필연적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로, 유물론(唯物論)이나 무신론(無神論) 특히 공산주의 이론의 침투에 의한 가치관의 파괴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인간을 두 계급(階級)으로 구분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립(對立)을 선동(煽動)하고 불신감(不信感)을 증대시키면서 철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곤 하였다.
공산주의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봉건적(封建的)이라든가 체제유지를 위한 도구라고 비판하면서 가치관의 붕괴를 기도(企圖)해 왔다.
셋째로, 종교(宗敎) 상호 간의 대립(對立)이나 사상(思想) 상호 간의 상충(相衝) 때문이다. 이러한 대립이나 상충이 가치관의 붕괴를 가속화시켰다.
가치관은 종교나 사상의 기반 위에서 세워지기 때문에, 종교나 사상에 대립과 상충이 있게 되면, 사람들은 가치를 상대적인 것으로 보게 되며, 따라서 일정(一定)한 가치관을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하기에 이른 것이다.
넷째로, 중세(中世) 이후(以後) 전해 내려온 전통적(傳統的)인 종교(유교, 불교, 기독교, 회회교 등)의 덕목(德目)들이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현대인들을 설득하는데 실패(失敗)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종교의 가르침 속에는 비과학적인 내용들이 적지 않으며, 따라서 과학에 대하여 절대적인 신뢰(信賴)를 갖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종교적 가치관은 수용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의 원인을 이와 같이 분석(分析)할 때, 여기에 필연적으로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定立)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 없이는 앞으로 도래(到來)하게 될 미래(未來)의 이상사회를 대비(對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새로운 가치관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먼저 기존의 모든 종교의 근본적인 가르침과 모든 사상의 가치관을 함께 포괄(包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유물론(唯物論)이나 무신론(無神論)을 극복할 수 있는 가치관이어야 하며, 과학을 포용(包容)하고 지도할 수 있는 가치관이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지닌 가치관이란 절대자(絶對者)인 하나님의 참사랑을 중심한 절대적 가치관이다. 이것이 바로 미래 사회(未來社會)의 대비(對備)를 위하여 오늘날 절실히 요구되는 새로운 가치관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사회는 구체적(具體的)으로 어떠한 사회인가를 살펴보자.
미래 사회는 본연(本然)의 인간에 의해서 건설되는 사회이다. 본연의 인간이란 하나님의 심정(心情), 하나님의 참사랑을 지닌 인격(人格)의 완성자를 말한다.
여기서 인격(人格)이란 심정(心情)을 중심(中心)하고 균형적으로 발달한 지(知)·정(情)·의(意)의 기능을 터로 한 인품(品格)을 말한다.
따라서 미래 사회는 하나님의 심정(心情)을 중심하고 지(知)·정(情)·의(意)의 기능이 조화(調和)롭게 발달된 인간들로써 구성된 사회이기 때문에, 여기의 새로운 가치관의 가치란 본래의 지(知)·정(情)·의(意)의 기능에 대응(對應)하는 가치를 말한다.
지(知)·정(情)·의(意)의 기능은 각각 진(眞)·미(美)·선(善)의 가치를 추구하게 되는데 이러한 가치의 추구를 통하여 진실사회(眞實社會), 예술사회(藝術社會), 윤리사회(倫理社會)가 실현되게 된다.
여기서 진실사회(眞實社會)는 진(眞)의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실현되는 거짓이 없는 참의 사회(社會)를 말하며, 예술사회(藝術社會)는 미(美)의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실현되는 미(美)의 사회를 말하며, 윤리사회(倫理社會)는 선(善)의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실현되는 선(善)의 사회를 말한다.
진실사회(眞實社會)를 실현하기 위한 이론으로서 필요한 것이 교육론(敎育論)이요, 예술사회(藝術社會)를 실현하기 위한 이론으로서 필요한 것이 예술론(藝術論)이며, 윤리사회(倫理社會)를 실현하기 위한 이론으로서 필요한 것이 윤리론(倫理論)이다.
그리고 가치론은 진(眞)·선(善)·미(美)의 가치를 총합적으로 다루는 부문이므로 가치론은 이들 세 가지 이론의 총론(總論)이 되는 셈이다.
미래 사회는 이와 같이 진(眞)·선(善)·미(美)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일 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달로 말미암아 경제는 고도의 성장을 이룩함으로써 경제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풍요한 사회가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주로 가치를 실현하면서 그 가치를 즐기는 생활이 되기에 이른다.
심정(心情)을 중심하고 진·선·미의 가치가 실현된 사회가 바로 심정문화(心情文化)의 사회요, 통일문화(統一文化)의 사회이다. 이상으로 미래 사회(未來社會)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데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그런데 새로운 가치관은 미래 사회에의 대비(對備)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오늘의 현실 세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오늘의 현실세계는 여러 요인들로 인하여 가치관이 총체적으로 붕괴되어 가고 있는데, 이것을 수습하기 위하여 건전한 가치관의 재정립(再定立)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관은 문화의 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오늘의 세계의 혼란(混亂)을 궁극적으로 수습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통문화의 통일이 또한 필요하다.
그런데 여러 문화는 각각 일정한 종교 또는 사상을 터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종교나 사상은 일정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따라서 문화통일을 위해서는 여러 가치관의 통일, 예컨대 기독교 가치관(基督敎價値觀), 불교가치관(佛敎價値觀), 유교가치관(儒敎價値觀) 등의 통일이 요구되며 또한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가치관의 통일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기에도 모든 가치관을 포섭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의 제시(提示)가 요구된다.
一. 가치론(價値論) 및 가치의 뜻
새로운 가치관이란 통일원리(統一原理)에서 본, 가치에 대한 견해를 말하는데 새 가치관을 제시함에 앞서서 가치론과 가치의 뜻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1) 가치론(價値論)의 뜻
가치론(價値論)은 일반적(一般的)으로 경제학, 윤리학 등의 분야에서도 다뤄지지만, 철학에서는 주로 가치철학을 가리킨다. 즉 가치일반(價値一般)에 관한 이론을 다루는 철학부문이다.
가치론이 근대에 이르러 철학체계의 한 부문(部門)이 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비록 단편적이나마 고대(古代)에서도 발견되며, 칸트가 사실문제와 가치문제를 구별하고 사실의 부문과 가치의 부문을 구분한 이후 가치론은 철학상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특히 로체(Rudolph H. Lotze, 1817~1881)가 존재(存在)와 가치(價値)를 분리한 후 존재의 세계에 가치의 세계를 대치시키는 동시에, 존재의 세계는 지성(知性ːVerstand)에 의해서 파악되지만 가치의 세계는 감정(感情)에 의해서 파악된다고 주장하면서, 철학상(哲學上)에 가치개념을 끌어들임으로써 가치철학의 시조(始祖)가 되었다.
(2) 가치(價値)란 무엇인가
가치(價値)라는 말은 본래 경제적 생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주로 경제적 가치를 의미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이 말이 일반화(一般化)하여 사회, 정치, 법률, 도덕, 예술, 학문, 종교 등 인간생활의 거의 전반에 걸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통일사상에서는 가치(價値)를 크게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로 구분한다.
물질적 가치란 상품가치와 같이 생활자료의 가치를 뜻하며, 정신적 가치는 지(知)·정(情)·의(意)의 기능에 대응(對應)하는 진(眞)·미(美)·선(善)을 말한다.
본 가치론(價値論)에서는 그 중 정신적 가치(精神的價値)만을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치(價値)라는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定義)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치현상(價値現象)을 통하여 분석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본 가치론에서는 주체(主體)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대상(對象)의 성질을 가치라고 규정한다.
즉 어떤 대상이 있어서, 그것이 한 주체의 욕망이나 소원을 충족시켜 주는 성질을 가질 때, 그 주체(主體)가 인정하는 그 대상(對象)의 성질을 가치(價値)라고 한다.
즉 가치는 주체가 인정하는 대상가치(對象價値)이며, 주체에게 인정되지 않으면 그것은 현실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예컨대 여기에 아름다운 꽃이 있다고 하자. 주체가 이 꽃의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꽃의 가치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가치(價値)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주체가 대상의 성질을 인정(認定)하면서 평가(評價)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 욕망(欲望)
가치란 이미 언급한 대로 주체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대상의 성질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치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체가 가지고 있는 욕망을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가치(價値)를 다루어 온 많은 사상가(思想家)들은 인간의 욕망의 문제를 배제하고 그 가치의 현상만을 객관적으로 취급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관은 뿌리없는 나무나 토대없는 건축물과 같이 취약성(脆弱性)을 면할 수가 없다. 뿌리없는 나무는 시들 수밖에 없고 토대없는 건축물은 곧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기존(旣存)의 사상체계(思想體系)는 여러가지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그 무력성(無力性)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물질적 가치를 취급하는 경제이론까지도 현재의 경제혼란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거의 소용이 없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노사관계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 등 이전의 경제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왜 이러한 결과가 올까. 그것은 종래의 경제학자들이 인간의 욕망을 올바르게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활동의 동기가 욕망인 것을 알면서도 그 욕망을 분석하지 않음으로 해서 결국, 그들의 이론은 토대가 없는 건축물과 같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여기서는, 나타난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하여 욕망(欲望)의 분석에서부터 접근하고자 하지만, 이에 앞서 먼저 가치론의 통일원리적 근거를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