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마음의 바다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 - 2장)

훈독왕 | 20190902170418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 - 2장


2장 눈물로 채운 마음의 강


첨부파일 56 자서전 고요한 마음의 바다 1.mp3


고요한 마음의 바다 

일본이 벌인 대동아전쟁의 전황이 나날이 급박해져 갔습니다. 다급해진 일본은 모자라는 군인의 숫자를 채워넣기 위해 멀쩡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조기졸업시켜 가며 전쟁터로 내몰았습니다. 그 바람에 나도 6개월 일찍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1943년 9월 30일 졸업날짜를 받아놓고 '곤론마루 호를 타고 귀국함'이라고 고향집으로 전보를 쳤습니다. 그런데 귀국선을 타러가던 날, 내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배가 떠나는 시간은 부득부득 다가오는데 도무지 발을 뗄 수가 없어서 결국 곤론마루 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곤론마루 호를 타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든 나는 얼마간 일본에 머물기로 하고 친구들과 후지산을 올랐습니다. 며칠 뒤 도쿄로 돌아와보니 세상이 발칵 뒤집혀있었습니다. 내가 타고 가려던 곤론마루 호가 격침을 당해서 한국으로 돌아가던 대학생들이 5백 명 넘게 죽었다는 겁니다. 곤론마루 호는 당시 일본이 자랑하던 아주 큰 배였는데 미군 어뢰에 맞고 침몰해 버린 것입니다.


아들이 타고 온다던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그길로 신발도 신지 못 하신 채 이십 리 길을 뛰어가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셨답니다. 부산 해양경찰서에 도착해보니 승선자 명단에 아들 이름은 없는데 도쿄의 하숙집에서는 이미 짐을 싸서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발바닥에 굵은 가시가 박힌 것도 모른 채 넋이 나가 내 이름만 부르셨답니다. 행여 아들이 잘못 되었을까봐 애태우는 그 마음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집니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모를 리 없지만 하나님의 길을 가기로 한 날부터 나는 어머니한테 모질고 나쁜 아들이 되었습니다. 사사로운 정에 매일 수 없는 처지라 어머니가 애달파하시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머니의 그 마음을 모른 체 했던 것입니다.


일본유학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일본의 압제가 나날이 더 심해져 국토가 피눈물에 젖어있었습니다. 나는 흑석동에 다시 자리를 잡고 명수대 예수교회를 다니며 날마다 새롭게 깨닫게 되는 모든 것을 꼼꼼히 일기장에 적어두었습니다. 깨달음이 많은 날은 일기장 한 권을 몽땅 쓰기도 했습니다. 몇 년에 걸친 기도와 진리 탐구에 화답이라도 하듯 그동안 좀처럼 풀 수 없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불덩어리가 내 안을 지나가듯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는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류의 고통을 보시며 그토록 슬퍼하신 것이다'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우주의 모든 비밀이 다 풀렸습니다. 인류가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타락의 길을 걸으면서 벌어진 모든 일이 영사기가 돌아가듯 내 눈 앞에 환히 펼쳐졌습니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좀처럼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의 등에 엎혀 집으로 돌아가던 날처럼 하나님의 무릎에 엎드려 눈물을 쏟았습니다. 나는 예수님을 만난 지 9년 만에야 비로소 하나님 아버지의 참된 사랑에 눈뜬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담과 해와를 창조하신 후 생육하고 번성하며 평화세계를 이루며 살라고 이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그렇지만 아담과 해와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불륜을 저질러 두 아들 가인과 아벨을 낳습니다. 타락으로 얻은 아들들이 서로를 불신하여 형제 간에 살인을 저지르면서 이 세상의 평화가 깨지고 죄가 세상을 덮어 하나님의 슬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메시아인 예수를 죽이는 큰 죄를 또 저질렀습니다. 그러니 오늘날 인류가 당하는 고통은 마땅히 겪어야 할 속죄의 과정이며 하나님의 슬픔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열여섯 살 내게 나타나셨던 것은 인류가 지은 원죄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알리고 더 이상 죄와 타락이 없는 평화세계를 이루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인류가 저지른 죄를 속죄하고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하셨던 평화세계를 이룩하라는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엄중한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바라시는 평화세계는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태초에 창조하시던 때의 그곳처럼 완전히 평화롭고 행복한 세계가 되길 바라십니다. 하나님은 결코 고통을 주시려고 아담과 해와를 이 세상에 보내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 놀라운 말씀을 이 세상에 알려야 했습니다.


우주 창조의 비밀을 밝혀내자 내 마음이 바다처럼 고요해졌습니다. 나는 누더기를 입고 머리를 숙인 채 걸어다녔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은 터질 것만 같았고 내 얼굴에서는 빛나는 기쁨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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