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
7장 한국의 미래, 세계의 미래
48 자서전 7-12 세상 모든 물건은 하늘에서 빌린 것입니다 1.mp3
세상 모든 물건은 하늘에서 빌린 것입니다
나를 두고 세상에서는 세계적인 부자니 백만장자니 하는 말들을 합니다만 그건 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나는 평생을 열심히 일해왔지만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없는 사람입니다. 내 아내의 이름이나 자식들의 이름으로 돌려놓은 재산도 없습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감도장 하나 없습니다.
남들 잘 때 자지 않고, 남들 먹을 때 먹지 않고, 남들 쉴 때 쉬지 않으며 일한 대가가 무엇이냐고 묻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돈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인류를 위해 가난으로 죽어가는 이웃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 돈은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세계를 사랑하고 세계를 위해 일하는 데 쓰여야 마땅합니다.
나는 선교사를 외국으로 내보내면서도 많은 것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선교사들은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잘 살아갑니다. 먹고 사는 데는 아주 기본적인 살림살이만이 필요합니다. 슬리핑 백 하나만 있어도 너끈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지고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입니다. 물질의 풍요가 행복한 삶의 조건은 아닙니다. 잘 산다는 말이 어쩌다 물질적인 풍요를 이르는 말이 되어버렸는지 슬픈 일입니다. 잘 산다는 것은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예배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면 넥타이를 매지 않습니다. 격식을 갖춘 정장차림도 잘 하지 않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보통 스웨터 차림입니다.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서양사회에서 넥타이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될까요? 넥타이에 다는 핀이며 와이셔츠, 커프스 버튼은 또 얼마나 비싼가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넥타이를 풀고 그 돈을 굶주리는 이웃을 위해 쓴다면 세상은 좀 더 살 만한 곳이 될 것입니다. 비싼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바깥에 불이 났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스웨터 차림의 나와 넥타이를 맨 사람들 중에 누가 먼저 뛰어나갈 수 있겠습니까? 나는 언제든지 뛰어나갈 채비가 된 사람입니다.
나는 매일같이 목욕하는 것도 찬성하지 않습니다. 목욕은 사흘에 한 번이면 족합니다. 양말도 매일 빨아 신지 않습니다. 저녁이 되면 양말을 벗어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둡니다. 다음 날 신기 위해서입니다. 호텔에 가면 욕실에 널린 수건 중에서 가장 작은 것 한 장만 쓰고 나옵니다. 소변은 세 번 본 후에야 화장실의 물을 내리고 화장지는 한 장을 세 번으로 접어서 씁니다. 이런 나를 보고 원시인이니 야만인이니 해도 상관없습니다. 밥 먹는 것도 그렇습니다. 나는 평생 반찬 세 가지 이상을 놓고 먹지 않습니다. 내 앞에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오만 가지 디저트가 놓여있어도 손이 가지 않습니다. 밥도 수북이 담아 먹지 않습니다. 밥그릇의 5분의 3 정도만 담기면 알맞습니다.
내가 한국에서 제일 즐겨 신는 구두는 대형할인점에서 4만9천 원에 산 것입니다. 매일 입는 바지는 산 지 5년도 훨씬 넘은 것들입니다. 미국에서 내가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맥도널드입니다. 부자들은 정크 푸드라고 해서 잘 안 먹지요. 하지만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맥도널드를 좋아합니다. 값이 싸고 시간이 절약되니까요.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할 때도 맥도널드를 찾아갑니다. 내가 맥도널드를 자주 간다는 게 어떻게 알려졌는지 맥도널드 회장이 해마다 연말이면 연하장을 보내올 정도입니다.
"돈을 아껴 쓰고 무엇이든 절약하라."
해마다 우리 식구들에게 강조하는 말입니다. 아이스크림이니 음료수 같은 것도 사 먹지 말고 물을 마시라고 합니다. 그렇게 아끼고 모아서 저 혼자 부자 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 인류를 살리기 위해 아끼라는 겁니다. 어차피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합니다.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무얼 그렇게 움켜쥐려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나는 평생 벌어들인 것들을 다 내놓고 홀가분하게 이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가면 금은보화가 지천으로 널렸는데 지상에서 무얼 더 가져가겠습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지상의 것들에 연연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평생을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저 남들도 다 아는 흘러간 유행가입니다만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고향집 들판에 누워 있는 것 같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눈물이 자꾸 납니다.
백금에 보석 놓은 왕관을 준다 해도
흙냄새 땀에 젖은 베적삼만 못하더라
순정에 샘이 솟는 내 젊은 가슴 속엔
내 맘대로 버들피리 꺾어도 불고
내 노래 곡조 따라 참새도 운다
세상을 살 수 있는 황금을 준다 해도
보리밭 갈아주는 얼룩소만 못하더라
희망의 싹이 트는 내 젊은 가슴 속엔
내 맘대로 토끼들과 얘기도 하고
내 노래 곡조 따라 세월도 간다
행복은 항상 우리를 기다립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행복을 찾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욕심이 앞길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에 어두운 눈은 앞을 보지 못합니다. 지금 당장 땅바닥에 떨어진 황금 부스러기를 줍느라 그 앞의 커다란 황금 더미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주머니에 집어넣기에만 급급해 주머니가 터진 것도 알지 못합니다.나는 지금도 흥남감옥에서 생활하던 것을 잊지 않습니다. 아무리 비천한 곳도 흥남감옥보다 편하고 풍요롭습니다. 모든 물건은 공적인 것이며 하늘의 것입니다. 우리는 다만 관리인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