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인가? (대머리와 딸기 - 첫 째 이야기) u

훈독왕 | 20190630084826

대머리와 딸기 - 첫 째 이야기



당신은 누구인가?

막내 아들로서 아빠께 심도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면서 내 자신이 아빠의 심정을 깊이 깨달으려 노력했다. 어떤 것을 기대하고, 심판하고, 원한을 품는 것 대신 객관적으로 듣고, 학자들을 좋아하며, 특정 종교적 전통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것을 배웠다. 이것은 내게 있을지도 모르는 잠재된 감정과 경험의 선입관을 최소 한도로 줄이도록 도와주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많은 종교적 전통의 가르침을 더 세밀히 비교할 수 있었으며 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세상의 여러 종교가 지닌 유사점이나 일치점들을 볼 수 있어 우리의 운동이 충분하고도 명백하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런 종류의 공부와 호기심을 통하여 아버님의 말씀과 활동이 진실로 종교간, 국가간, 인종간에 상호이해와 관용과 서로에 대한 존경(초종교, 초국가, 초인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영진 형의 승화 이후, 나는 그의 책들을 정리했었는데(당시 형은 콜롬비아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새롭게 그리고 깊숙이 동양의 고대로부터 내려온 종교적 지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유교⋅불교⋅도교에 대해 공부했는데, 그 심오한 종교세계와 철학사상에 깊이 매료되었다. 

우리가 논쟁할 때마다 영진 형은 내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위선자가 가장 나쁜 거야! 위선의 탈을 벗어. 부모님을 보다 잘 섬겨야 해. 효자가 되어야지. 더 잘하란 말이야. 아버님께 변화를 요구할 수는 없어. 아버님은 벌써 80세가 넘으셨다구! 그건 전혀 현실적이지 못해. 네가 변하는 것이 더 가능한 거라구.”

그가 승화하기 전에는 이런 그의 말에 반항하였지만, 이상하게도 이 말들이 오늘날까지 내 귓가에 맴돌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가끔은 그러하듯이 내가 위선의 모습을 보일 때마다 자신을 보다 정직한 자리로 되돌려놓곤 한다. 그의 말을 통해 내 나약함과 부족함을 더 잘 느끼게 되며, 또한 그렇기에 변화란 계속되는 선택의 과정임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지혜의 단어가 나와 함께 있어 내가 겪는 어려움과 시험을 견디게 해줌에 감사하고 있다. 

마침내 나는 진실되고 깊은 관계에서 소위 말하는 ‘단점’ ‘기벽’ 또는 ‘괴팍함’ 등 잘 이해되지 않는 특유의 행동들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바로 이런 것들을 우리가 그리워하며 또한 기억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 사람을 독특하게 만드는 것인데, 왜냐하면 오직 당신만이(혹은 몇 사람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 사람의 작은 비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그 작은 광적(狂的)인 장소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 참된 자유이다. 그것은 부담 없이 다락으로 뛰어올라가 성심 성의껏 그 보물 상자를 여는 것이다! 그 상자가 열리며 자유스러워지는 것은 실로 기쁨이며 만족이다. 그것은 영혼이 친밀하고도 감사로 가득 찬 영광된 새 세계를 향해 높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다. 머리카락 사이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나는 지금도 가끔 짐들이 가득 들어찬 다락방을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제 그 곳에서 전등불이 나간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다른 장면이나 결말 등은 더 이상 상상하지 않으며, 더 이상 후회하며 앉아 있는 일도 없다. 대신 나는 좀더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말하자면 딸기를 발견하여 쥐나 호랑이에게 주는 것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다시 쓰거나 미래에 대해 쓸 수는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현재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 인생이라 불리는 모래책을 넘기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으며, 이곳 지상에서 사는 특권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열쇠는? 다락 속 보물상자에 있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우리 모두가 찾고 있는 열쇠 말이다.

나는 우리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는 열쇠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 열쇠는 우리 자신이다. 왜냐하면 그 열쇠가 보물로 인도해주는 것이 아니라, 열쇠 자체가 보물이기 때문이다.

- 지금 당신 주위에 있는 보물, 때가 되어서야 깨달을 것이다. 자신이 그 보물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