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 보잘것없는 소수의 무리들이 아버지의 존전에 모였습니다. 저희의 몸과 마음은 세상과 화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아버지와는 먼 거리에 설 수밖에 없는 인연을 품은 채로 부복하였사오니, 아버님, 분리시켜 주시옵소서. 상처가 심하면 그 상처에
당신의 긍휼이 미치어 주시옵고, 당신 앞에 갖춰야 할 모양을
갖추지 못한 그 모습을 보시고 저희들을 위로하여 주시옵길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단 한 가지도 아버지 앞에 내놓을 수 없는 불비하고 면목이 없는 자신들임에 슬퍼하고 탄식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여 주옵소서. 깊은 심성에 당신을 흠모하는 마음이
싹트게 허락하여 주시옵고, 본연의 에덴동산에서 부르시던 아버지의 음성을 듣고 저희의 조상들이 느끼지 못하였던 아버지의 거룩함을 느낄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의 마음 가운데 있는, 저희를 품고 싶은 사랑과 그리움의 심정을 헤치고 거기에 안길 수 있는
천진하고 순진한 당신의 아들딸이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당신의 마음속에서 저희가 당신과의 끊을 수 없는 혈족임을 느끼시사 보고 싶은 마음을 감당할 수 없어 저희들을 품지 않을 수 없고 찾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되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아버지! 저희는 아버지라 부를 때에 뼈와 살이 사무치는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음성으로 부르지 못했사옵고, 그러한 감정과 일치된 자리에서 아버지를 붙들겠다고 달려들 수 있는
한 시간을 갖지 못했사옵니다.
이렇듯 아버지를 뚜렷이 알지 못하였사오니 아버지를 뚜렷이 인식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고, 아버지의 손길과 아버지의 옷자락을 잡고 영원히 놓치지 않겠다고 간곡하게 사무치는 마음으로 몸부림치는 저희의 모습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러한 자리에서 아버지라 부르고 그러한 자리에서 아버지를 붙들고 통사정할 수 있는 저희가 되게 하여 주시옵길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오며, 모든 말씀 참부모님의 성호 받들어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68.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