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도 - 효심편
아버지 앞에 합당한 자녀의 모습으로 서게 하소서 1.mp3
아버지 앞에 합당한 자녀의 모습으로 서게 하소서
아버지!
저희들이 아무리 아버지를 부른다 하더라도
아버지께서 저희들을 부르시지 않으면
저희들은 아버지와 인연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기나긴 역사과정을 통하여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처참한 자리에서,
혹은 고생의 자리에서
저희들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부르신 아버지인 것을
저희들이 다시 한 번 심중으로부터
느껴야 되겠사옵니다.
그 아버지 앞에
합당한 아들의 자세를 갖추지 않고는
아버지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런 아들의 모습을
당신은 얼마나 그리워했습니까?
그리움에 사무쳤던 아들을 만나
당신의 노정 가운데에 있었던
사연을 나누는 자리를
당신은 얼마나 고대했습니까?
당신의 모든 사명을 분부할 수 있는,
최후의 통첩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당신은 얼마나 바라고 나오셨습니까?
저희들이 그럴 수 있는 한 자리를
마련해야 되겠사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그 모든 명령 일체에
순응할 수 있는 자신이 되어
‘아버지여! 뜻대로 하시옵소서’ 할 수 있는
아들딸이 되고,
역사시대에 있어서 탕감의 사명을 짊어졌던
선조들의 기백을 상속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들딸이 되어야 되겠사옵니다.
이 시대에 당신이 칭찬하고 자랑하실 수 있는
아들의 모습,
딸의 모습을
얼마나 그리워하셨습니까?
아버지,
당신은 내적으로 약속하시고 축복하시며 명령하셨지만
역사과정에 왔다 갔던 저희 선조들은
번번이 당신의 마음에 못을 박고,
아버지를 고독의 자리로 추방시킨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을 알게 될 때에,
저희들이
아버지의 아들이 될 수 있는 인연은 기쁜 일이오나,
사명적인 면에 있어서는
슬픈 내용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저희들은 선조들이 걸어간 복귀의 한스러운 길을
더듬어 볼 적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저희들이 내적으로는 아버지라 부를 수 있지만
동시에 외적으로는 아버지로부터 책임을
명령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당신은 기쁜 자리에서
저희들에게 그 책임과 사명을
명령하시고 분부하시는 것이 아니라,
슬프고 외로운 죽음의 교차로에서
명령하시고 분부하셔야 하는
처참한 입장에 계신다는 것을
저희들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 아버지의 그 처참함을
치유해 드리지 않고는 만날 수 없는 것이요,
아버지와 상관(相關)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인연을 넘어서지 않고는
상관할 수 없는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와 같은 인연이
누구로 말미암아 되어졌는가를 생각할 때,
아버지로 말미암아 되어진 것이 아니라
저희 인류의 조상,
인간으로 말미암아 되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당신의 아들딸이 되어야 되겠사옵니다.
그리하여
천만번 죽어 마땅한 저희 자신을
아버지 앞에 통고하게 될 때
지금까지 불쌍했던 아버지의 사정과 통할 수 있고,
그 모양이 같을 수 있는 자리에 서거나
그보다도 더 비참한 자리에 있게 될 때
슬펐던 아버지께서
저희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요,
그런 한때가 있다면
여기서부터 아버지와
인연이 맺어질 수 있는 것을 아옵니다.
저희들이 아버지를 부르고
아버지에게 요구하는 입장에서
인연이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저희들을 붙들고
사연을 나눌 수 있는 입장에서
인연이 맺어진다는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참부모의 성호 받들어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70.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