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일탈

H.I.S | 20161222123122

   뿌리의 일탈

 

 여기 동산에 한 나무가 있습니다.

봄이면 어김없이 새싹을 내어 만인에게 생명의 소생을 뽐냅니다.

봄바람 타고 재롱을 피우며 따스한 햇살 아래 장난도 칩니다.

여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워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더우면 소나기로 샤워도 하며 천둥소리를 반주로 노래하고 번개를 불꽃놀이삼아 춤도 춰봅니다.

가을이면 가지마다 결실들을 주렁주렁 달아 자신의 풍만함을 뽐냅니다.

색동옷 입고 교태를 부리고 낙엽을 떨어뜨려 천상과 지상을 거닐며 발레도 해봅니다. 

겨울이면 가지마다 흰 꽃을 피워 노년의 미를 뽐냅니다.

천상의 별들을 담아 꽃을 수놓고 차가운 북서풍을 맞아 포근히 품어주는 완숙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나무를 있게 한 땅속의 뿌리가 질투를 합니다.

여보!

당신은 지상에서 햇볕도 먹어보고 바람도 안아보고 비도 품어보고 춤추며 노래하며 좋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다 누리시는데 왜 전 어두운 암흑 속에서 오직 당신만을 위해 물 떠다 바치고 맛있는 것 해 올리고...

하지만 제게 돌아오는 것이라곤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평생을  감옥처럼 지내는 것인가요?

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한 것도 있나요?

이렇게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아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왜 저는 뿌리로 태어나 이렇게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평생 나무를 위해 헌신만 해야 합니까?

저도 나뭇가지처럼 새싹을 내어 잎도 펼쳐보고 꽃도 피워보고 열매도 맺어보고 싶습니다.

해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만나보고 싶습니다.

바람도 만나 그와 손잡고 춤도 춰보고 싶습니다.

창공을 향해 마음껏 소리치며 노래도 불러보고 싶습니다.

반짝이는 별들과 친구되어 온 우주를 뛰어다녀 보고 싶습니다.

이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은 슬피 울며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마귀 사탄이 기뻐하며 하나님의 그 눈물을 나무에게로 몰아갔습니다.

 

땅이 패고 뿌리가 드러나더니 그 나무는 쓰러졌습니다.

뿌리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뿌리는 환호했습니다.

나도 이제 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아, 바깥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구나!

저 하늘에 찬란한 태양도 걸려 있구나!

둥근 달이 나를 반겨 안아주네.

수많은 별들이 나를 맞아 춤추자 하네.

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이 이 땅 위에 있었단 말인가!

정말 하나님은 불공평하시구나.

내 이제 사망의 어두움에서 사탄 마귀님의 도움으로 구원되었으니 영원히 그를 섬기며 그를 사랑하며 나의 천국 생활을 마음껏 누려야지...

 

뿌리의 신바람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점점 갈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허기도 집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온몸에 기운이 없어 더 이상 춤출 수도 노래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뿌리는 더 이상 숨 쉬지 못했습니다.

그리곤 태양을 원망하고 바람을 원망하며 동산에서 말라비틀어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농부가 길을 지나다가 그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만면에 미소를 띠며 나무를 둘러메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쪼개서 부엌 아궁이에 던져 불을 지폈습니다.

훨훨 타는 불길 속에서 뿌리는 절규했습니다.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은 땅속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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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rainbowKINGDOM/HOlx/12